"I'm up in the woods
나는 숲 속에 있네
I'm down on my mind
나는 내 마음속에 있네"
-Bon Iver, Woods-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버스 정류장을 떠나 본격적으로 YELLOW WOOD를 탐험하기 시작하는 스키즈.
YW의 누리끼리한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선명하게 떠있습니다. 달 하나는 이미 차오른 보름달이고, 하나는 차오르는 중인 반달입니다.
4장에서 두 개의 달은 이 세계가 신비로운 꿈의 세계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인이라고 했습니다. 스키즈 세계관에 영향을 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은 두 개의 달이 하늘에 떠있고, 리틀 피플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의 헌신과도 같은 존재들이 사람들의 운명을 지배하는 부조리한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세계는 꿈의 세계입니다.
'I am YOU' 뮤직비디오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두 개의 달은 하나의 달이 물 위에서 일렁거리면서 갈라지는 것처럼 불완전하고 불분명한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낮의 하늘에 떠 있는 YW의 달은 처음 등장했던 것보다 훨씬 간격이 벌어졌고, 형태 또한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선명하게 갈라진 두 개의 달은 마치 버스를 타고 떠나가 버린 아이들의 반쪽 자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달 아래에는 아이들이 타고 온 엘리베이터가 뼈대만 남은 황량한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원초적이고 날것 그대로인 무의식의 공간으로 내려왔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엘리베이터 아래는 DETOUR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고, 노란 가드레일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DETOUR는 우회로라는 뜻입니다. 왜 이 길은 돌아가는 길이라고 적혀 있고 가드레일로 가로막혀 있는 걸까요? 큰길을 따라가는 게 더 빠르고 편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뒤에 밝혀집니다.
날 믿고서 날 던졌어
하지만 왜 휩쓸리고 있을까
날 믿고서 날 던졌어
하지만 왜 아프기만 한 걸까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힘이 빠진 안무와 함께 '부작용' 노래가 시작됩니다. 이 안무는 자신의 일부를 시스템 지배자들에게 빼앗겨 버린 스키즈가 기운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부작용' 안무를 추는 아이들 사이에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들은 누구일까요?
일본의 전통 연극과 인형극에서는 쿠로코라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은 채 무대로 나와 인형을 조종하거나 배경이나 소품을 다루는 일을 합니다. 관객들은 물론 그들을 볼 수 있지만 극의 진행을 위해서 못 본 척하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스키즈 사이에 있는 복면을 쓴 사람들은 마치 쿠로코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아이들 틈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키즈의 꿈속에 등장했던 다양한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들의 무의식이 만든 꿈의 피사체로, 초반에는 스키즈를 무시했고 나중에는 조력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이들이 꾸는 꿈이 조작되거나 설계된 꿈이었기에 사실 이들은 시스템에서 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스키즈를 혼란에 빠트리고 속여 넘겼습니다.
"네가 만든 세상에 표적인 내 무의식이 사람들을 채운 거야. 이들을 이용해 표적의 생각을 훔치기도 해."
-<인셉션>에서 꿈의 주인인 코브가 꿈의 설계자인 아리아드네에게 하는 말
이제 스키즈는 YW라는 무의식의 공간에 있습니다. 검은 복면을 쓰고 나타난 피사체들은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의식이 만들어낸 산물인 피사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 가까이 스며들어 있음을 부작용 안무는 알려줍니다.
짐가방을 카트에 넣고 노란 공간을 정처 없이 걸어가던 아이들은 길 가장자리에서 트럭을 발견합니다. 이 트럭 역시 엘리베이터와 마찬가지로 뼈대만 남은 모습입니다.
필릭스는 트럭을 보고 무언가를 직감한 듯 불안하고 망설이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런 필릭스에게 현진이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달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합니다.
이와 비슷한 동작이 안무에서도 나타납니다. 안무에서 현진은 앞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필릭스의 고개를 억지로 꺾어서 앞을 보게 만듭니다. 앞서 말했지만 필릭스는 아이들의 마음을 의미하는 인물입니다. 무의식의 공간에서 어딘가 어색하고 이상한 행동을 취하는 필릭스. 현진은 그런 필릭스를 계속해서 신경 쓰면서 챙기고, 필릭스가 상황을 외면하지 않도록 도우려고 애씁니다.
슬슬 해도 저물어 가는데, 트럭을 타면 걷는 것보다 훨씬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트럭에 올라탑니다. 불안한 얼굴이었던 필릭스도 곧 마음이 풀린 듯 밝은 표정을 짓습니다.
트럭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을 하는 사람은 리노입니다.
아이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트럭을 타고 떠납니다. 가만 보니 이 트럭은 일반 트럭이 아닌 군용 트럭입니다.
아이들을 태운 트럭이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면서 달립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게 괜찮아 보입니다. 평화로운 시골길 드라이브가 이어집니다.
이때 방찬이 길가에서 뭔가를 발견합니다. 흐릿해져 가는 저녁 빛 속에서 빨갛게 빛나는 저 물체는 분명 포인세티아 꽃입니다. 온통 누리끼리한 YW의 세상에서 짙은 붉은색을 띤 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장소에 있기라도 한 듯 어색하고 으스스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방찬이 꽃을 발견한 순간 화면이 무섭게 일그러집니다. 온통 새빨간 핏빛으로 변한 화면에서 포인세티아는 애초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분간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변합니다. 트럭은 금세 꽃을 지나쳐 버립니다.
점점 난 달라져 왜
안과 밖이 달라져 가는데
물들어가는 난 지금
머리 아프다
머리 아프다
머리 아프다
'부작용' 노래의 후렴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아이들은 하얗게 핀이 나간 화면 속에서 두통을 앓는 듯한 안무를 춥니다. 무의식이 아이들에게 경고를 날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가지 마. 멈춰. 내 경고를 무시하고 더 나아가면 끔찍한 고통이 찾아올 거야. 너희는 아직 의식을 가지고 있잖아. 감히 의식을 가지고 내 속을 탐험하려고 한단 말이야?
그러나 스키즈는 무의식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YW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길 옆에 포인세티아가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빨간 포인세티아는 아이들에게 이 길이 맞다고, 고통스러워도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한편, 트럭 기름이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노조차도 아직 이 사실을 모릅니다.
비포장도로를 벗어나 들판을 가로지르는 트럭. 저물어가는 태양이 마지막 빛으로 YW를 노랗게 물들입니다.
카메라는 또다시 현진과 아이엔의 얼굴을 교차시킵니다. 꿈에서 깨어나기를 원하는 사람과, 깨어나고 싶지 않은 사람. 현진은 계속해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편 아이엔은 좋은지 싫은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입니다.
저녁이 다가오지만 여행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아이들은 트럭 위에서 깜빡깜빡 잠이 듭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불안에 젖어가는 와중에 여전히 해맑은 얼굴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필릭스입니다. 그런 필릭스를 현진이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밝은 얼굴로 갑자기 트럭 뼈대를 붙잡고 밖을 구경하려는 듯 일어서는 필릭스.
돌발 행동에 놀란 현진이 손을 뻗어 필릭스를 제지합니다.
그러자 필릭스는 현진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면서 짜증과 분노가 어린 표정을 짓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얼굴을 보인 적이 없던 필릭스가 별 일 아닌 일에 갑작스레 짜증을 내는 모습이 이상합니다. 아무래도 막막한 무의식의 입구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오락가락하면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걱정스러웠다가 해맑았다가 짜증까지 내고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필릭스의 짜증에도 현진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할 뿐입니다. 현진은 필릭스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계속해서 신경 쓰고 염려하면서 필릭스를 챙기고 있습니다. 필릭스의 모습을 한 아이들의 마음은 무의식 속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현진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이 걱정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리노가 급브레이크를 밟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납니다.
앞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리노가 트럭에서 내립니다. 이때 우리는 뼈대만 남은 군용 트럭 문에 지배자를 의미하는 호랑이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탑승한 트럭이 지배자들의 소유라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트럭 번호판에는 B2Y1017이라고 쓰여있습니다. 1017이라는 숫자는 'Stray Kids' 서바이벌이 시작되던 날짜를 의미합니다. 세계관에서 이 날짜를 공간으로 환산하면 1장의 배경이 된 보라색 들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비록 지배자의 소유 아래 있는 트럭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걸 타고 앞으로 나아가면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들판으로 돌아가 꿈에서 깨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트럭에서 내린 스키즈의 눈앞에 있는 것은 누군가가 쳐놓은 철제 펜스입니다. 펜스에는 노란 경고판이 달려 있으며 그 위에는 빨간 글씨로 커다랗게 '진입금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이들은 펜스 앞에 서서 이걸 뚫고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한참 동안 고민합니다.
이때, 현진은 목덜미가 싸함을 느낍니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자꾸 듭니다.
뒤를 돌아본 현진은 승민이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때 화면은 안무를 보여줍니다. 스키즈 멤버들은 모두 오른편에 일렬로 서있는데, 승민 혼자만 반대쪽에서 검은 복면을 쓴 안무가들과 함께 있습니다. 승민은 아이들이 가는 방향으로 함께 가고 있지 않았습니다. 뒤에서 사진을 찍어서 감시자들에게 몰래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승민의 행동을 드디어 현진이 알아차린 것입니다.
승민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현진은 카메라를 뺏어서 버려버립니다. 그런 현진에게 승민이 화를 내고, 이윽고 두 사람은 치고받으며 싸우기 시작합니다.
승민이 현진을 밀치는 순간, 화면 반쪽이 노랗게 일그러지면서 마치 현진을 집어삼키는 듯 끔찍한 모습으로 변합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무의식 속에 숨겨두고 있었던 날것의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원초적인 무의식이 아이들을 먹어치웁니다. 이 감정은 노랗게 일그러지는 화면처럼 추하고 위험한 것입니다.
노랗게 변해버린 화면 속에서 계속해서 서로 싸우는 현진과 승민.
다른 아이들이 달려와서 그런 그들을 황급히 말립니다.
하지만 현진과 승민은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계속해서 씩씩거리면서 화를 냅니다.
두 사람이 싸우는 와중에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지도가 떨어집니다. 색연필로 삐뚤삐뚤 그린 지도에는 RODE CLOSED라고 적혀 있지만, 막힌 길 뒤에는 분명히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에 그려진 길은 아주 짧습니다.
이 지도는 도대체 누구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걸까요. 자세한 내막은 다음 장에서 밝혀집니다.
한편 필릭스는 아이들이 싸우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트럭에 앉아서 딴청을 피웁니다. 필릭스의 모습을 한 스키즈의 마음은 무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소란스러운 다툼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들어와서는 안 되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마음은 점점 방향과 성격을 잃어버리고 오락가락하면서 붕괴하고 있습니다.
화면이 어지럽게 깨지고 부서지면서 두 번째 후렴구가 시작됩니다. 머리 아프다. 노란 깃발이 펄럭거리는 벌판에서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피사체들과 함께 후렴구 안무를 춥니다.
들판에 꽂힌 노란 깃발들을 마치 패배를 암시하기라도 하는 듯 백기처럼 힘없이 휘날립니다. '부작용' 노래 도입부의 가사처럼 스키즈는 자신의 마음을 믿고 불안한 무의식 속으로 스스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섭고 고통스러운 YW의 공간에 점점 더 휩쓸리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결국 펜스를 부수고 가서는 안 될 길로 들어섭니다. 그런 스키즈를 군사용 CCTV가 삼엄하게 감시합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펜스를 뚫고 나아가는 아이들을 태운 군사용 트럭은 마치 군사 분계선을 뚫고 작전을 수행 중인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트럭은 계속해서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 위를 달려갑니다.
해가 모두 저물고 밤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트럭 위에서 YW의 들판을 끝도 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여행이 언제쯤 끝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운전을 하는 리노조차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커다랗게 하품을 합니다.
아이엔은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필릭스는 지치고 자포자기한 표정입니다.
한편 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 저 위에는 거대한 도시가 밝은 빛을 내고 있습니다. 도시를 바라보는 한의 표정에는 어렴풋한 희망이 어려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은 CITY JUNGLE에서 화려한 영화 한 편 제대로 찍고 왔음에도 아직까지 도시라는 꿈을 포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각자 생각에 잠긴 아이들을 태운 트럭은 계속해서 들판을 가로질러 YW 속으로 달려갑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트럭 바퀴에 펑크가 나고 맙니다. 어차피 기름도 거의 떨어져 가고 있던 터라 더 오래 가지도 못했을 겁니다. 어둠 속에서 스키즈는 YW에 완전히 발이 묶여 버리고 말았습니다.
날이 샐 때까지 트럭에서 기다리기로 한 스키즈. 지쳐버린 필릭스는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그런 필릭스를 리노가 다독입니다.
아이엔은 현진을 끌어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우리 그냥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안 될까? 꿈속에서 다 같이 영원히 살면 안 되는 거야?
이때, 아까 정류장에서 만났던 버스가 큰 길가로 지나갑니다.
뮤직비디오 초반에 등장한 엘리베이터 뒤에는 가드레일로 막힌 큰 도로가 있었습니다. 이 도로 입구에 걸린 표지판에는 우회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버스는 우회로를 통해 돌아가는 중이었고, 트럭을 탄 스키즈는 들판을 가로질러 펜스를 부수고 지름길로 왔습니다. 그래서 버스보다 더 빨리 도착해서 버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또 다른 나, 또 다른 스키즈가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 스키즈는 함정에 빠져서 시스템 지배자들의 세계인 NEW WORLD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도로 위에 서서 망설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천둥 번개가 치면서 구름이 하늘을 온통 가립니다. 달빛은 한 조각도 보이지 않습니다. 천둥과 함께 아이들의 마음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버스를 잡아야 한다.
노래는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흘러갑니다. 머리 아프다.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한 필릭스가 아이들의 머릿속을 의미하는 검은 공간 안에서 자신의 머리를 두드립니다. 머리.아프.다. 쨍한 노란색과 함께 벌레처럼 생긴 기다란 검은 잡음들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아이들은 버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버스를 잡아야 합니다. 이 버스를 잡아서 두 개로 갈라진 스키즈가 서로 만나면, 그들은 꿈에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 드디어 킥의 기회가 찾아온 겁니다. 아이들이 끔찍한 두통을 겪으면서도 펜스를 부수고 무의식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입니다.
7장(1)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킥은 감각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아이들에게 찾아온 두통이라는 감각은 킥의 기회입니다.
들판을 가로질러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맨 앞에서 가장 열심히 달리는 건 물론 현진입니다. 반면 달리는 척 일부러 뒤처지는 사람도 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둔탁한 전자음과 함께 노래는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무의식의 들판을 가로질러, 모든 경고 사인을 무시하고, 버스를 멈춰 세우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만을 가진 아이들은 어두운 들판을 미친 듯이 달립니다.
방찬은 달려가면서 비명을 지릅니다. 머리 아프다. 하지만 두통은 그를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버스를 놓쳐서 킥에 실패하면 스키즈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림보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설령 머리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버스를 잡아서 또 다른 스키즈와 합쳐져야 합니다.
노래가 끝나기 직전, 스키즈의 머릿속을 의미하는 새까만 공간에 추상적인 잡음들이 마구 흐트러집니다.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엉망진창이 되는 머릿속.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고, 있는 힘을 다해 춤을 춥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불이 꺼지고 음악이 사라집니다. 스키즈는 버스를 잡지 못했습니다. 펜스를 뚫은 그들에게 찾아온 첫 번째 킥의 기회, 아이들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버스는 지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킥을 놓쳤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는데 실패한 아이들은 절망하며 무릎을 끊습니다. '부작용' 노래가 끝났습니다. 두통이 사라지고 머릿속은 다시 고요해집니다. 하지만 꽉 막힌 이 공간에는 나갈 수 있는 문이 없습니다. 꿈에서 탈출하는 길은 도무지 보이지 않습니다.
버스를 잡지 못한 현진은 좌절한 채 들판 위에 누워 있습니다. 현진 위에는 마치 굴다리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있습니다. 굴다리를 기억하시나요. 3장 외전에서 림보에 떨어진 아이들이 방황하던 장소입니다. 킥에 실패한 스키즈가 결국 림보에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절망에 빠져 눈을 가린 채 일어서지도 못하는 현진에게 스키즈 멤버들이 다가갑니다.
현진을 바라보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스키즈. 그중 만족스러운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엔입니다.
방찬의 손에 이끌려 일어섰지만, 현진은 좌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꿈속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요.
현진을 다독거린 아이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림보 안으로 걸어갑니다. 아이엔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스키즈는 킥에 실패했고, 림보에 갇혔습니다.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던 아이엔만 혼자 신이 났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끝이 나는 걸까요. 죽음 말고는 아무 희망이 없는 걸까요. 인셉션의 설정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인셉션이 아닌 스키즈의 세계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물속에서 반짝거리는 열쇠를 보여줍니다. 스키즈 세계관 1막에서 열쇠는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역할을 합니다. 화면 위쪽에서 비치는 밝은 빛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열쇠는 아이들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도 다시 한번 무의식의 문을 열고 꿈에서 탈출해 자신을 되찾을 기회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제 이야기는 제7장 DOUBLE KNOT으로 이어집니다.
6장의 배경이 되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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