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드라마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의 주요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정말 안정적인 선택이라 했어
돈 잘 벌고 명예로운 직업이니까 말야
그렇게 난 변호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거야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지
근데 이제 내가 공짜 조언을 해줄게
네가 뭘 먹고살지 결정할 때
변호사는 되지 말아요
하지 마
인생 망치는 지름길이야
변호사는 되지 말아요
가차 없이
네 속은 썩어 문드러지게 될 걸
한국에서 인터넷 좀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수많은 장르에서 패러디를 만들어 낸 ‘변호사 되지 마세요’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프레첼 가게를 운영 중인 전직 변호사로, 그는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변호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인지 열과 성을 다해 토로한다.
그러나 사실 이 노래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뒷이야기가 존재한다. 이 곡을 부른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변호사 일을 하겠다며 프레첼 가게를 접고 자신을 고용해 줄 로펌을 찾아서 떠나버린다(!). 역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영업이 제일 힘들다니까 그리고 매물이 된 프레첼 가게를 인수한 사람이 바로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의 주인공이자 경계성 인격장애 치료를 받는 중인 레베카다.

갑자기 웬 프레첼인가 싶지만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레베카가 웨스트 코비나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이라고 여겼던 음식이 프레첼이었고, 레베카 자신도 프레첼을 좋아해서 가게를 해보겠다고 결심했을 뿐이다. 변호사를 그만둔 레베카가 새로 시작한 프레첼 가게인 ‘레베첼’에 생계유지 수단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은 그녀가 직원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사장님을 도와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이 장소가 얼마나 의미 있는 장소인지 저도 아니까요. 사장님의 꿈을 지키는 사람으로 선택받다니 기분이 좋네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 가게요. 사장님이 꿈꾸던 일 아니었나요?”
“대체 왜 ‘레베첼’이 제 꿈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기 벽에 걸린 셔츠에 그렇게 쓰여있잖아요. ‘레베첼, 제 꿈을 한 입 베어무세요.’”
“그렇게 써놔야 사람들이 이 가게가 제 꿈이라고 생각하면서 프레첼을 한 개라도 더 살 테니까요. 안 그래요?”

그러자 직원은 레베카에게 묻는다.
“이 가게가 꿈꾸던 일이 아니라면, 사장님의 꿈은 뭔가요?”
직원에게 질문을 받은 레베카는 고민에 빠진다. 사실 그녀가 변호사를 그만두고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그녀의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드라마 초반부터 꾸준하게 암시해 왔다.
시즌 1 15화에서 조쉬가 자신이 아니라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인 발렌시아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베카는 자신의 인생에 사랑이 결핍되어 있음에 좌절한 채 뉴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 안에서 잠이 든 그녀는 꿈속에서 웨스트 코비나의 임상 심리사인 아코피온 박사를 만난다.
꿈속에서 아코피온 박사는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말리 영감이 스크루지를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그녀를 데리고 과거와 현재를 여행한다. 아버지가 그녀와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그 끔찍했던 날, 그녀가 대학에서 뮤지컬 동아리를 하면서 행복해하던 시절. 그러다 동아리에서 사귀던 남자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상처받아 뮤지컬에서도 멀어졌던 시간들.















아코피온 박사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멍하니 듣던 레베카는 그녀에게 묻는다.
“당신은 진짜가 아니죠?”
“당연하죠, 우리는 꿈의 유령이니까요.”
꿈 속 '아코피온 박사'는 레베카가 자신의 무의식을 현실의 인물에게 투영한 결과물이다. 그녀가 자기 안의 해결책을 함께 탐색할 동료로 다정한 상담사의 형상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현실에서는 박사님 말 잘 듣지도 않으면서 '꿈의 유령' 에피소드는 레베카가 이미 문제의 해결책을 마음 어딘가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무의식 안에 있을 뿐이지만, 중요한 건 그녀가 이미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꿈의 유령은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최종화에서 다시 레베카의 앞에 나타난다. 이제 경계성 인격장애를 거의 치료하고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다스릴 수 있게 된 레베카의 연애 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예전에 그녀가 자존심을 버려가며 매달렸던 그녀의 옛 남자친구들은 이제 그녀를 동화 속 공주처럼 우러러보며 자신들을 선택해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그녀를 붙잡으려는 조쉬, 그렉, 나다니엘 세 남자에게 레베카는 며칠만 시간을 준다면 누굴 선택할지 정해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녀가 결정을 내리기로 한 날.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한 레베카는 고민이 있을 때 늘 그랬듯이 화장실 변기 위로 피신한다.
변기에 앉아 잠깐 잠이 든 그녀는 아코피온 박사의 모습을 한 꿈의 유령을 다시 만난다. 꿈의 유령은 예전처럼 레베카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닌다. 그러나 이번에 꿈의 유령이 보여주는 건 레베카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세 남자와 함께하게 될 세 개의 미래.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레베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의 자신의 얼굴에서 뉴욕에서와 꼭 닮은 우울한 표정을 본다. 이제 드디어 세 남자 중 한 사람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행복하게 살 준비가 되었는데, 도대체 저 우울한 표정은 뭐지? 놀라고 화가 난 레베카는 꿈속의 자신에게 무작정 걸어가 묻는다.
“말해봐. 왜 이렇게 슬퍼하는 거야? 왜 그렉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않은 거냐고?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인형처럼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하던 꿈속의 레베카는 고개를 돌려 현실의 레베카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렉한테는 아무 문제도 없어. 나다니엘과 조쉬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그럼 대체 왜 나는 그 남자들 중 한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건데?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야?”
“너는 그들을 사랑했어. 문제는 이거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모르고 있다는 거.”
다음 순간 채소 주스가 든 병을 들고 화장실에서 들고 깨어난 레베카는 방금 꾼 꿈을 부정한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멍청한 꿈의 유령 같으니라고.”
곧이어 친구 폴라를 만난 레베카는 그녀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지금까지 열심히 애쓰면서 많은 일을 해왔는데, 어떻게 평소보다 더 혼란스러울 수 있는 거냐고요. 심지어 오늘은 밸런타인데이인 데다가, 시간은 벌써 11시잖아요. 잠깐만, 그러고 보니 지금 11시네요?” 오타쿠 특 의미부여에 환장함













이렇게 질문한 그녀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방금 던진 ‘이제 뭘 해야 하는 걸까?’라는 물음에 대해 자신만의 고민을 시작한다. 레베카가 멍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폴라는 그녀를 굳이 깨우려 들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다. 이정도면 폴라가 레쪽이 키우는 거다 ‘얘가 또 이러네’라는 폴라의 반응으로 미루어봤을 때 레베카가 종종 이런 식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레베카가 상상의 세계에 있을 때 흘러나오는 ‘11시’라는 곡은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의 주요 테마곡을 총망라해 섞어 놓은 노래로, 레베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뮤지컬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인 '의상'과 '음악'을 통해 제시한다.
열한 시가 됐으면
"행복하게 존나 잘 살았습니다"
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니야?
검사지도 쓰고,
약도 먹었잖아
내가 뭘 더 해야 해?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어째서 난 나 자신을 모르는 거지?

잠시 후 상상 속 공간에서 노래를 마치고 11시 방향으로 손을 치켜든 채 깨어난 레베카는 꿈의 유령이 옳았음을 깨닫는다.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레베카가 세 남자 중 한 명을 선택하기로 약속한 그날 저녁. 웨스트 코비나의 친구와 이웃들을 모두 초대한 그녀는 무대에 올라 피아노 앞에 앉는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레베카가 피아노를 칠 줄 알았던가? 이 낯선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그녀가 자신의 진정한 꿈이 ‘뮤지컬’이라는 사실을 이미 몇 달 전에 알아차리고 노래와 작곡 수업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정식 노래 수업을 받기 전 현실의 레베카는 음치에 가깝게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드라마 내에서 그녀가 불렀던 근사한 노래들은 모두 상상의 산물이었다. 딱 하나, 레베카가 신부 서약을 하려는 조쉬 앞에서 부르는 이 곡을 제외하면 말이다)
처음에 그녀는 이미 만들어진 뮤지컬에 참여해서 퍼포머로 활동하고자 했다. 하지만 레베카가 생각하기에 기존 뮤지컬 노래의 가사와 스토리는 대부분 오래되고 시대착오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를 노래로 부를 수 없었다.

결국 레베카는 직접 곡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러니까 그녀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오늘 저녁은 몇 달에 걸쳐 음악을 배운 레베카가 마침내 무대에 올라 자신이 창작한 노래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날이다. 그렇다. 사실 오늘은 세 남자 중 한 사람을 선택하는 날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전에 상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11시 넘버'를 듣게 된 레베카는 오후에 그렉과 조쉬와 나다니엘을 각각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셋 중 누구도 선택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며 그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한때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조쉬는 레베카의 말을 듣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레베카가 아닌 다른 여자라는 걸 깨달아 그녀에게 달려간다(이 장면에서 우리는 조쉬가 정말 바라던 것이 일찍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참고로 원래 여친이었던 발렌시아는 이미 한참 전에 조쉬 차버리고 사업가로 변신해서 갓생 사는 중이다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앞에 앉은 레베카가 친구들을 위해 불러주는 이 작품의 마지막 넘버. 시청자인 우리는 그 노래를 들을 수 없다. 그 곡은 웨스트 코비나에서 살아가는 레베카 번치와 그녀의 친구들만이 들을 수 있는 노래로 드라마 속에 남겨졌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녀가 무엇을 불렀는지 이미 알고 있다. <크엑걸>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한 노래들을 통해 레베카가 들려주는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으니 말이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이 창작한 노래를 막 부르려는 레베카의 모습을 끝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들이 레베카 번치라는 드라마 속 캐릭터와 작별하는 순간임과 동시에, 이 드라마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의 첫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열여섯 살의 청소년 레베카가 고등학교 여름 캠프에서 조쉬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그녀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바로 레베카가 방금 마치고 돌아온 뮤지컬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어린 레베카는 티 없이 행복해 보인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살아가는 어른 레베카가 시종일관 우울한 푸른빛 속에 빠져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레베카의 등 뒤로 보이는 무대에는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연상시키는 야자수와 해변 배경이 있다.
나는 사랑에 빠졌네,
나는 사랑에 빠졌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시즌 1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레베카가 조쉬라는 남자와 가망 없는 사랑에 빠져서 모든 걸 버리고 웨스트 코비나로 떠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화를 보고 시즌 1의 첫 장면을 떠올린 시청자라면 문득 궁금해질 수도 있다. 레베카는 정말로 조쉬를 사랑했을까? 어쩌면 뉴욕에서 우연히 조쉬를 마주친 레베카가 그를 보며 자신이 잊고 있던 열여섯 살의 여름을 떠올렸던 건 아닐까.

어른이 된 레베카는 뉴욕에 살며 근사한 직업을 가진 전문직 여성이었지만 우울하고 불행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일을 하지 못하고 언제나 어머니의 꿈이었던 변호사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 레베카 앞에 조쉬가 나타났을 때, 그는 레베카가 무의식 중에서 간절히 원하던 모든 것을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였다.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 서로를 지지하는 이웃 커뮤니티, 다정한 친구들..
무엇보다 그는 그녀가 잊고 있었던 열여섯 살의 여름과 그때 그 무대에서 느꼈던 행복감을 연상시켰다. 조쉬는 레베카가 무의식적으로 ‘행복’과 동일 선상에 놓고 있던 ‘캘리포니아’ 그 자체였다.
레베카는 조쉬라는 해맑고 천진한 대가리 꽃밭 시골 남자를 통해서 잃어버린 행복을 다시 찾으려는 시도에 돌입했다. 의식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나는 첫 번째 글에서 레베카는 개 중에서도 광견병에 걸린 개라고 썼다. 지금까지 그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개에 가까운 본능과 직감으로 여기저기 코를 들이밀며 냄새를 밭고 다녔다.

그녀가 코를 킁킁거리며 찾아다녔던 것은 행복의 향기였다. 하지만 레베카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향기가 존재한다는 것도, 그것을 쫓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향기가 언제 어디에서 났었는지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행복의 향기가 났던 건 조쉬라는 남자였다는 오해를 해버렸다. 그의 여자친구가 되고 아내가 되면 그 향기를 영원히 맡으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레베카가 조쉬를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녀는 분명 조쉬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또한 그녀는 그렉도 사랑했고, 나다니엘도 사랑했다.

레베카는 항상 이성과의 사랑이야말로 온전한 형태의 사랑이며, 그 사랑만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극이 진행되는 내내 완전한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남자를 찾아 헤매며 연애에 정신없이 몰두했다. 하지만 그렇게 정성을 들였던 관계들은 그녀에게 허무함만을 남겼고, 결국은 어떤 남자도 자신이 찾아 헤매던 행복을 줄 수 없음에 레베카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여름방학 캠프에서 느꼈던 행복감이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느꼈던 행복감. 그녀의 엄마가 억지로 밀어 넣은 일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삶에서 느끼는 행복감 말이다.
만약 레베카가 제대로 된 행복감을 느껴보지 못한 상태로 성인이 되었다면 그녀의 삶은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레베카는 어쩌면 변호사라는 명예롭고 부유한 직업에 만족한 채로 뉴욕의 짙푸른 우울감을 어느 날에는 즐기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베카라는 인물을 통해 <크엑걸>을 만든 제작진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으로 살면서 느끼는 행복감을 한 번 맛본 사람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열여섯 살에 이미 그런 행복을 맛봤던 레베카는 그때의 감각을 되찾아 그녀 자신으로 사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어떤 일이든지 해야만 했다. 모든 걸 다 버리고 대륙 저편으로 이주하는 한이 있더라도. 미친 전 여자친구 취급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연봉을 반토막 내거나 가족에게 배은망덕하다고 손가락질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열여섯 여름날에 처음 맡았던
행복의 향기를 다시 느낄 수만 있다면.

많은 고전 작품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는 오해와 착각에서부터 시작된다. 때로 오해와 착각은 기나긴 모험의 시발점이 되어 주인공을 생각지도 못했던 여행길로 이끌기도 한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에서 레베카의 이야기는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이 뮤지컬이었는지 아니면 조쉬 첸이었는지 헷갈렸던 열여섯 여름날의 착각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레베카의 이야기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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